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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두계천

by 류.. 2011. 9. 21.

 

 

 

 

 

 

 

 

 

 

                           점심먹고 잠깐 나가본 두계천.. 

                           한낮에도 전혀 덥게 느껴지지 않는다는게 신기하다 

                           이젠 정말 가을인가!

 

 

         

        바람이라 이름한다.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들,
        무엇이라 호명(呼名)해도 다시는 대답하지 않을 것들을 향해
        이제 바람이라 불러본다.
        바람이여.
        내 귀를 멀게 했던 그 가녀린 음성,
        격정의 회오리로 몰아쳐와 내 가슴을 울게 했던 그
        젖은 목소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
        때로는 산들바람에, 때로는 돌개바람에, 아니
        때로는 거친 폭풍에 실려
        아득히 지평선을 타고 넘던 너의 적막한 뒷모습 그리고
        애잔한 범종(梵鐘)소리, 낙엽소리, 내 귀를 난타하던 피아노 건반
        그 광상곡(狂想曲)의 긴 여운.
        어느 먼 변경 척박한 들녘에 뿌리내려
        민들레, 쑥부쟁이, 개망초 아니면 씀바퀴 꽃으로 피어났는가.
        말해다오.

        강물이라 이름한다.
        이미 잊혀진 것들,
        그래서 무엇이라 아예 호명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해
        이제 강물이라 불러본다.
        강물이여,
        한 때 내눈을 멀게 했던 네 뜨거운 시선,
        열망의 타오르는 불꽃으로 내 육신을 황홀하게 달구던 그 눈빛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때로는 여울에, 때로는 급류에, 아니 때로는
        도도히 밀려가는 홍수에 실려
        아득히 수평선을 가물가물 넘어가던 너의
        쓸쓸한 이마.  그리고
        어디선가 꽃잎이 지는 소리, 파도소리, 철썩이는 잔 물결의 여운.
        어느 먼 외방의 썰렁한 갯벌에 떠밀려
        뭍을 향해 언제나 귀를 쫑긋 열고 살아야만 하는가.
        해파리, 민조개, 백합아니
        온종일 휘파람으로 울다 지친 소라
        말해다오.

        구름이라 이름한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들,
        무엇이라 호명해도 다시 이룰 수 없는 형상들을 향해 나는
        이제 구름이라 불러본다.
        구름이여,
        한 때 내 맑은 영혼의 하늘에 푸른 그늘을 드리우던
        오색 빛 채운(彩雲)
        그 빛나던 무지개는 지금 어디 있는가.
        때로는 별빛에 실려, 달빛, 아니 어스름한 어느 저녁 답,
        스러지는 한 조각 노을에 실려
        아득히 먼 허공으로 희부옇게 사라지던 너의 그
        두 빈 어깨 그리고
        어디선가 내리치는 마른번개, 스산하게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잔기침 소리
        어느  먼 이역의 하늘로 불려가
        흩뿌리는 싸락눈, 진눈깨비 아니
        동토(凍土)에 떨어져 나뒹구는 우박이 되었는가.
        말해다오.

        너를 찾는다. 바람이라는 이름으로
        강물이라는, 구름이라는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해 저무는 가을 저녁
        찰랑대는 강가의 시든 풀밭에 홀로
        망연히 앉아.


         

        -너를 찾는다/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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