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風景

언양 간월재,가을억새

by 류.. 2008. 10. 18.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 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정일근
 
 
 
 
 

'風景'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산,보석사 전나무숲  (0) 2009.06.08
고흥, 포두의 여름  (0) 2009.05.31
제천 청풍호  (0) 2008.10.08
나주 지석천의 해질 무렵  (0) 2008.09.28
영광 백수해안도로의 일몰  (0) 2008.09.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