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몇 번 허물어진 흙담이었네
한 방울 이슬도 안되는 마른 안개였네
어딘가 쌓이는, 베어지지 않는
어둠 속의 칼질에
흩어지는 꽃잎이었네
여린 바람에도 넘어지는 가벼운 풀잎,
기댄 풀잎이 누워도 따라 누워 버리는
마른 풀잎이었네
내 영혼은 어디에도 쉴 수 없는
한 줄기 시내,
그 시냇물 속에 뜬 한 점의 구름
그 구름의 풀어지는 그림자였다네
때로 내 얼굴은 그런 그늘에도
묻어가 버리는 물기였다네
내 사랑은 한낮 뙤약볕 뜨거운 자갈밭에
맨발로 서서 보는 들패랭이 꽃,
그 꽃잎 떨어진 빈 꽃대
그 부근의 희뿌연 설움, 그런 배고픈 귀울음이었네
끝없이, 끝도 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다
다시 끝을 보는 끝에서
처음을 여는 배고픈 신새벽의
서리꽃 핀 나뭇가지에
웅크린 새였다네
나의 고향은 한때 바다였다네
몇 가지 색깔로 죽었다가
몇 가지 색깔로 다시 살아나는 바다
나는 어느 한 색깔로도 죽지 못하는 바다였다네
새벽 바다의 울음, 그런 가장 낮은 흐느낌
내 그리움은 가장 깊은 수심에서 일렁이는 물결
그런 숨막힘이었네
내 외로움은
풀어지는 안개
모래밭에 떨어지는
허망한 빗방울이었다네
아아, 내 사랑은
깨끗한 새벽 하늘에
새벽을 가르고 와 내 이마를 때리는
서늘한 별빛
그런 칼날이고 싶다네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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