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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없는 길

by 류.. 2014. 3. 21.

 

 

           가지 않을 수 없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 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는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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