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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섬에 가면

by 류.. 2014. 3. 15.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사람들 더러 아는 척해도 
  실은 가는 길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 더욱 모르는 
  외딴 섬 하나를 나는 안다 

  햇볕과 바람 유독 넉넉하고 정갈한 
  그 섬에 가면 홀로된 여자가 
  몇 뙈기의 외롬꽃을 가꾸며 산다 
  온 하루 김을 매고 속된 꿈 솎고 
  저물면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읽고 
  스스로 섬이 되고 별이 되는 섬 여자 
  나는 몰래 그녀를 사랑한다 

  가을볕 붉게 타는 수수밭을 지나 
  고운 소금 뿌린 듯 메밀 꽃 하얀 
  고샅길 질러 바다로 가노라면 
  꽃게처럼 웅크린 인가 몇 채 졸 뿐 
  아무도 내다보지도 않는다, 무시로 
  참새떼소리 왁자한 탱자울 넘어 
  날아든 꿀벌들의 입맞춤이 진한지 
  참깨꽃 은방울이 섬 온 채를 흔든다 

  그늘 깊은 뒷산 잡목숲에는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山海經)읽듯 
  팽나무 찍는 소리로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 젖은 은박지로 구겨진 바다 
  나 혼자 엿듣는 방언이 있다 
  감쪽같이 나누는 사랑이 있다 
  아련하게 니스칠한 추억이 있다 
  세상과 먼 그 섬에 가면.

  

 

 

  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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