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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진안, 용담호

by 류.. 2011. 8. 21.

 

 

 

 

 

 

 

 

 

 

 

 

 

 

    내 가슴은 편지봉투 같아서
    그대가 훅 불면 하얀 속이 다 보이지

    방을 얻고 도배를 하고
    주인에게 주소를 적어 와서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거야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를 들이는 사이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면
    봉숭아 씨처럼 달려나가는 거야

    우리가, 같은 주소를 갖고 있구나
    전자레인지 속 빵봉지처럼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는 우리의 사랑

    내 가슴은 포도밭 종이 봉지야
    그대 슬픔마저 알알이 여물 수 있지
    그대 눈물의 향을 마시며 나는 바래어가도 좋아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그대 그늘에 다가 갈 수 있는
    내 사랑은 포도밭 종이봉지야

    그대의 온몸에, 내 기쁨을
    주렁주렁 매달고 가을로 갈 거야
    긴 장마를 건너 햇살 눈부신 가을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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