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한 밤하늘의 살에 박혀있는
조금은 물컹한 별의 빛이 흐느끼듯 흔들릴 때
바람 아닌 것이 바람처럼 그것을 스쳐 지나갈 때
왜 먼 곳에 이르고 싶은지
그 먼 곳에서 아득해지고 싶은지
때론 머리칼을 곤두서게 하는 생의 날카로운 순간이 있어
그 순간이 칼이 되어 가슴을 벨 때
왜 빛이 되어 소스라치듯 사방에 나부끼고 싶은지
보듬어야 할 기억과 내쳐야 할 기억
사이에서
허수아비같이 허허로워질 때
마른 입술을 깨물고 싶어질 때
내 속의 웅덩이를 흔드는 어떤 노래를 듣지 않고는
견디기가 수월치 않을 때
긴장하면 왜 아랫배가 쓰라려오는 것일까
쓰르라미가 그 속에서 울음 가닥 울울 풀어놓는 것일까
그럴 때 그럴 때
내 손으로 내 몸을 더듬어서
나를 확인해야 하는,
-김충규, [그럴 때,그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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