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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미끼

by 류.. 2009. 1. 8.

 

 


          바다가 너무 넓어서
          한 칸 낚싯대로 건져 올릴 물고기 아예 없으리라
          줄을 드리우자 이내 전해져온 이 어신은
          저도 외톨이인 바다 속 나그네가
          물 밖 외로움 먼저 알아차리고
          미끼 덥석 물어준 것일까
          낚싯대 쳐들자 찌를 통해 주고받았던 手談
          툭 끊어져버리고
          미늘에 걸려온 것은 외가닥 수평선이다
          외로움도 지나치면 해 종일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에 이마 닿도록
          나도 한마리 물고기 따라나서지만
          드넓은 바다 들끓는 파도로도
          더는 제 속내 펼쳐 보이지 말라고
          자욱하게 저물고 있는, 저무는 바다
          그 파랑 속속들이 헤매고 온 물고기 한 마리
          한입에 덥석 나를 물어줄 때까지
          나 아직도 바닷가에 낚시 드리우고 서 있다
          어느새 바다만큼 자라 내 앞에서 맴도는
          물고기 한 마리 마침내 나를 물고
          저 어둠 한가운데 풀어놓아줄 때까지


          김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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