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인제 험산 아래 오지마을‘ 삼둔 사가리
-산허리 골짝마다 물안개 기르는 마을
사방이 모두 험산. 주위 50㎞안에 1,000m가 넘는 고봉만 30여개에 이른다. 산과 산이 어깨를 맞댄 계곡에는 어김없이 맑은 물줄기가 에돌아 흐른다. 비가 내리면 산허리마다 자욱한 물안개를 걸치는 오지마을.
강원 홍천과 인제에 걸쳐있는 삼둔 사가리. 정감록은 「난을 피해 숨을 만한 곳」으로 꼽고 있다. 삼둔은 산기슭에 자리잡은 세개의 평평한 둔덕이라는 뜻으로 살둔(생둔)과 월둔, 달둔을 말한다. 사가리는 계곡가의 마을인 아침가리와 연가리, 적가리, 명지가리를 합쳐 부르는 이름. 삼둔 사가리는 모두 험산 오지에 숨어 있어 한꺼번에 찾기는 무리다. 삼둔은 모두 10㎞ 안에 있어 차례로 돌아볼 수 있다.
홍천군 내면 율전리에 있는 살둔마을은 삼둔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 1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살둔은 「삶을 기댈만한 곳」이라는 뜻. 북동쪽으로는 숫돌봉(1,320m) 개인산(1,341m), 구룡덕봉(1,388m), 남서로는 맹현봉(1,213m)이 버티고 서있다. 8년전 살둔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생겨 육지 속의 섬마을에서 벗어났다. 5년 전에는 도로가 포장됐다.
살둔 입구 언덕에 서면 오른쪽으로 물굽이가 산을 이리저리 휘돌아 흐르는 「선경」을 볼 수 있다. 산꼬리를 물고 휘돌아 흐르는 물줄기는 오대산 명개리와 계방산에서 흘러 들어와 인제 내린천을 이루고 다시 소양강과 합쳐진다.
살둔의 명물은 살둔산장. 85년 지어진 2층짜리 귀틀집이다. 산악인 윤두선씨가 월정사 복원작업에 참여한 도목수에게 부탁해서 지은 옛날집. 바람을 베고 눕는다 해서 「침풍루(寢風樓)」, 아직도 완공되지 않은 집이라 해서 「미진각(未盡閣)」, 산이 반 물이 반이라는 뜻으로 「산반수반정(山半水半亭)」 등 산악인과 여행가들이 붙여놓은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2층 누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사향노루가 지나간 봄산에 풀이 스스로 향기를 낸다」는 뜻의 「사과춘산초자향(麝過春山草自香)」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장자와 논어에 나오는 「때를 못만나 땅에 사는 신선」이라는 뜻의 「육침선방(陸沈仙房)」이라는 액자도 걸려 있다.
『옛날에는 산사람들만 가끔 찾아왔는데 요즘은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어요. 앞뒤 어디나 물맑은 강줄기가 휘돌아 흘러내리는 경치에 반해 한번 온 사람은 반드시 다시 들르죠. TV도 잘 안나오고 휴대폰도 안됩니다. 라디오는 국군방송뿐이죠. 세상 시름을 잊기에는 딱 좋은 곳인데…』
산장지기 이상호씨(56)는 살둔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인 살둔~인제로 이어지는 도로 포장공사가 끝나 사람들이 몰려들면 살둔이 망가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도로는 2002년 완공 예정이다.
월둔은 구룡덕봉 자락에 있다. 살둔에서 월둔까지는 차로 5분 거리. 비포장길이어서 4륜구동(지프)이 아니면 가기 힘들다. 월둔과 달둔은 마을 터만 남아 있다. 60년대 김신조 일당이 침투한 후 사람들이 떠나버렸다.
명지거리는 구룡덕봉을 끼고 있는 작은 개울. 명지거리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조경동계곡과 방태산 아침가리로 이어진다. 구룡덕봉 건너편에는 적가리 계곡이 놓여있지만 길이 없어 인제로 돌아가야 한다.
달둔은 계방산 쪽에 붙어 있다. 계곡이 「을(乙)」자 모양이라는 을수골 옆으로 길이 나있다. 하지만 인적이 끊겨 풀이 길을 덮었다. 자갈과 모래가 섞인 곳으로 맑은 계곡수만 쉼없이 흘러갈 뿐이다. 역시 비포장 험로여서 승용차로는 힘들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오지 삼둔. 버들치 어름치가 물살따라 노니는 사가리. 그곳에 가면 누구나 진짜 자연인이다.
-[여행길잡이]-
영동고속도로를 통해 속사 휴게소까지 간다. 속사에서 빠져나오자마자 3거리에서 좌회전. 다시 100여m를 가면 오대산 가는 6번 국도와 운두령을 넘는 31번 국도의 갈림길. 좌회전해서 31번 국도를 탄다. 운두령을 넘어서면 홍천군 내면 창촌. 창촌 3거리에서 「삼봉휴양림」이란 간판을 보고 우회전한다. 10분쯤 달려 「선옥가든 매점」을 지나면 살둔마을이다.
고개를 넘으면 왼쪽에 살둔산장이 있다. 월둔은 삼봉약수 쪽으로 가야 한다. 선옥가든에서 3~4㎞ 정도. 「달구지」 식당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월둔마을과 명지거리 구룡덕봉으로 이어진다. 4륜구동으로 비포장길을 달려 구룡덕봉 정상까지 갈 수 있다. 달둔마을터는 구룡령 청소년수련장 바로 위 칡소폭포에 차를 세워두고 3㎞ 정도 걸어가야 한다.
대중교통편은 불편하다. 동서울에서 버스로 홍천까지 간 다음 시외버스를 타고 창촌까지 간다. 시외버스는 하루 10차례. 달둔은 창촌에서 하루 5~6차례밖에 없는 버스를 타고 광원교에서 내려 올라가야 한다.
창촌3거리에서 구룡령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변 샘골휴게소 못미쳐 「오대산 내고향」이 별미집. 할머니가 끓여주는 두부찌개와 된장찌개 맛이 일품이다. 5,000원. 집에서 직접 담근 솔잎동동주도 맛있다. 민박도 겸한다. 방은 비좁지만 샤워를 할 수 있는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56번 국도변에 민박집이 많다. 방 4개의 살둔산장이 운치가 있다. 집앞에서 야영하는 사람들도 있다. 「산장에 묵는 사람은 모두가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산장지기의 뜻에 따라 야영객과 숙박객이 함께 밥을 짓고 나눠먹는다.
맑은 계곡과 숲이 모두 명소. 삼봉휴양림이나 을수계곡이 유명하다. 삼봉휴양림에서 구룡령을 넘으면 양양, 미천골이다.
율전리 살둔산장
▲ 1.율전리 살둔산장. 2.솔마을 솔밭 야영장. |
홍천군 내면 율전2리 내린천 상류에 위치한 살둔산장은 70년대 초에서 8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백담대피소를 관리해온 고 윤두선씨가 강원도 전통가옥인 귀틀집 형태에 2층 누각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어 1985년 완공한 집으로, 누각에 스치는 바람과 한 몸이 된다는 뜻에서 침풍루(枕風樓), 혹은 산과 물이 잘 어우러진 주변 경관에 맞게 산반수반정(山半水半亭)이란 이름을 지닌 내린천의 명소다.
주변 산수 풍광이 뛰어나기로 이름난 살둔산장은 민박도 치고 있지만, 널찍한 앞마당 풀밭을 야영장으로 관리하고 있다. 텐트 40동이 들어설 만한 넓이로, 1일 사용료는 10,000원씩 받고 있다. 민박요금은 작은 방(3칸)은 40,000원, 큰 방(4칸)은 60,000원씩 받는다. 이밖에 서재용으로 지은 가건물도 민박용으로 사용하고 있다.승용차는 살둔산장 100m 못미처 공터에 세워 놓아야 하는 게 불편한 점이다. 문의 전화 033-435-5928.
살둔산장 초입의 생둔수련장은 1948년 개교 이래 515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1993년 폐교된 생둔초교 자리로, 여름철에는 야영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샤워장과 화장실이 마련돼 있으며, 주차료를 포함한 텐트 1동당 1일 15,000원씩 받고 있다. 단체 예약시 교실도 사용 가능. 야영장 옆에 있는 식당에서는 콩국수, 산채비빕밥 같은 음식과 약초, 산나물, 송이 등의 토산품도 팔고 있다. 문의 전화 434-6466, 011-372-0723.
홍천군 내면에서 진입하는 게 찾기 쉽다. 내면 소재지인 창촌에서 구룡령 방향으로 56번 국도를 따르다 광원리 삼거리(약 8km)에서 좌회전, 446번 지방도로를 따른다.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자운천을 건너선 다음 계속 진행하다 언덕을 하나 넘어서면 내린천을 내려다보면서 생둔1교를 건너선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 비포장 길을 따르면 생둔수련장과 살둔산장이 나온다.
상남면 쪽에서 진입할 경우, 남전동 개인동 입구 삼거리를 지나면 한동안 심산유곡과도 같은 강줄기를 따르다 갑자기 시야가 터지면서 생둔2교를 건넌다. 이어 널찍한 들을 끼고 가다 생둔1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 비포장길로 들어선 다음 강줄기를 따라 내려가노라면 오른쪽에 생둔초교와 살둔산장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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