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거리를 걸었습니다 단풍도 이젠 고왔던 빛을 잃어가고..
가을을 보내려는지 나뭇잎이 떨어져 흩날리는 거리. 플러터너스잎, 단풍잎,
그리고 은행잎들이 형형색색의 색종이처럼 분분히 떨어져 흩날리는 거리를 걸었지요
겨울이 오면 거리가 텅비면 어찌하나..
그 썰렁함이 앞당겨 느껴져 왠지 으스스 한기가 엄습해왔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은 상대적인가 봅니다 나무가 무성하게 숲을 키우고
신록이 자라서 녹음이 될 때는 우리들의 몸에 걸친 옷의 부피는 참으로 얇아집니다
그런데 나무들이 하나둘 옷을 벗자 장농 깊숙히 넣어 보관해 두었던 옷들을 꺼내 입습니다
나목이 되어 미화원들이 낙엽을 다 쓸고 가면 우리들의 면스웨터는 두터운 외투로 변하겠지요
왠지 쓸쓸하다는 생각에 가로수 아래를 걸어갈 때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다 떨어지면 어째..............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줄기 불어온 바람에 일제히 떨어진 은행잎들이 노란 나비떼가 되어 날아갑니다
개념이란 길가의 이정표 같다고 했던가요
나뭇잎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얻어 날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애벌레가 고치를 벗고 노란 날개를 얻어 나비떼로 승천하는 순간을
못견디게 소망했는 지도 모릅니다
나는 떠나가는 것들에 대해 의미를 단정 짓지 않기로 했습니다
생명을 주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모두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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