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을엽서

by 류.. 2016. 10. 13.


 



그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나조차 다스릴 수 없는
불안한 예감 따위는


아무데고 버려 두었던 옛 이름들이
어김없이 단풍처럼 곱게 익어져
바스스 바스스
내 머리맡에 겹겹이 쌓여들면
행간조차 알아보기 힘든
늦은 밤의 생트집 같은 불면


어쩌면 내가 면목도 없이
당신을 처음 만난
우체국 앞 찻집으로 달려가면
여전히 그때처럼 후미진 자리에서
커피향처럼 살가운 미소로
나를 기다리는 건 아닌가 하는
아련한 생각이 든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돋는 먼 곳의 사람아




허후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진 것들의 목록  (0) 2016.10.29
전생에 놓쳐버린 기차를 이번에 또 놓치고  (0) 2016.10.18
비오는 날, 외로운 사람들이 지켜야 할 수칙   (0) 2016.10.07
가을의 소원  (0) 2016.10.03
비에 대한 명상  (0) 2016.09.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