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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子

by 류.. 2012. 7. 31.

 



 

 

  

 

 

이런 여자라면 딱 한번만이라도

살았으면 좋겠다.
잘하는 일 하나 없는 계산도 할 줄 모르는 여자
허나, 세상을 보고 세상을 보태는 마음은
누구보다 넉넉한 여자


어디선가 숨어

내 시집 속의 책갈피를 모조리 베끼고
찔레꽃 천지인 봄 숲과 미치도록 단풍 드는
가을과 내 시를 좋아한다고
내가 모르는 세상 밖에서 떠들고 다니는 여자
그러면서도 부끄러워

자기 시집 하나 보내지 못한 여자


어느 날 이 세상 큰 슬픔이 찾아와 내가 필요하다면
대책없이 떠날 여자, 여자라고 말하며
'여자'란 작품 속에만 숨어 있는 여자


이르크르츠쿠와 타슈켄트를 그리워하는
정말, 그 거리 모퉁이를 걸어가며
햄버거를 씹는
전신주에 걸린 봄 구름을 멍
청히 쳐다보고 서 있는
이런 여자라면 딱 한 번만 살았으면 좋겠다


팔십리 해안 절벽 진달래가

산벼랑마다 드러눕는 봄날 오후에

 

 

 

송수권

 

 

 

Andre Gagnon - L'amour Reve(사랑의 품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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