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배스를 잡으러 다녔지만.. 배스요리를 먹어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 비린내가 싫고 특히
흙냄새까지 나는 민물고기는 손도 안 대는 식성 때문인데.. 어제 산내 매운탕집 할머니가 내온
배스찜은 만든 분의 수고를 생각해서 몇점이라도 먹는 시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살짝 튀긴 후에
찜을 해서인지 비린내가 별로 나진 않았지만 역시 내겐 무리.. 배스찜을 맛있게 먹어주진 못했지만
메기를 한마리 잡아드려서 성의에 보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날 취수탑 곶부리에서의 조과도 괜찮은 편..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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