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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동백꽃을 보며

by 류.. 2011. 3. 20.

 

 

 

           내가 다만 인정하기 주저하고 있을 뿐  
           내 인생도 꽃잎은 지고 열매 역시  
           시원치 않음을 나는 안다   
           담 밑에 개나리 환장하게 피는데   
           내 인생의 봄날은 이미 가고 있음을 안다   

           몸은 바쁘고 걸쳐놓은 가지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거두어들인 것 없고  
           마음먹은 만큼 이 땅을   
           아름답게 하지도 못하였다   
           겨울바람 속에서 먼저 피었다는 걸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나를 앞질러가는 시간과 강물  
           뒤쫓아오는 온갖 꽃의 새순들과  
           나뭇가지마다 용솟음치는 많은 꽃의 봉오리들로   
           오래오래 이 세상이 환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선연하게도 붉던 꽃잎 툭툭 지는 봄날에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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