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에 걸려 차를 멈춘 동안 나는
앞차 지붕 위로 낙엽 한 장
철없이 꼬리를 털며 내려앉는 것을 보았다
위태롭게 까닥거리는 낙엽을
그 자리에 붙여두려는 듯
재동 발판을 누른 내 발에 한결
힘이 들어갔다. 피우던 담배를 끄고
소리마저 죽이고 나는
낙엽 한 장 그리로 눈길을 모았다
가벼워서 아픈 무게도 있을까
마음에 무언가 얹힌 기분이었다 이윽고
신호가 바뀌자 아무 것도 모르는 앞차는
서둘러 달려나가고 휘날려 떨어지는
낙엽 한 장 무얼까
내 마음에 잠시 머물다 떠난 것은..
뒤에서 울리는 경적소리에 떠밀려 나는
가속 발판을 밟았다 빠른 속도로
차창을 비껴가는 거리 풍경 그렇게
스쳐가는 모든 것들은 마음에
모르는 흔적을 남긴다
강윤후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나는 나부낀다
이 도시 모든 깃발들이
죽은 바람에 젖어 축 늘어지고
저인망처럼 훑고 지나가는 햇살에
고층건물의 그림자들이 일제히 목을 뽑고
순순히 끌려가도 미등기의 내 욕망에는
상표가 따로 없다
누가 저 거리에서 발을 멈추는가
선뜻 발 멈춰 나부끼는가, 바람 불게 하는가
바람 없는 걸음은 분주하고
바람 없는 길은 어디로든 닿아 있어
세월이 허무는 담장 너머로
찬란하게 열리는 폐허
죽음을 바라는 바람이
죽음을 불어와서
세상이 성가신 나무는 꾸역꾸역 물을 게워내고
무성한 포장육들 번들거리며 썩어간다
이제 벌거벗은 네온사인에도 피가 통해
살갗 터져 바스라지나니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나는
나부낀다, 설움도 없이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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