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 내리는 날
밤새 깨어 있던
겨울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말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이름 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나무 한 그루...
이해인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저녁의 詩 (0) | 2010.01.05 |
---|---|
눈오는 날 (0) | 2009.12.23 |
두갈래 길 (0) | 2009.12.17 |
나는 ... 두렵다 (0) | 2009.11.16 |
이 세상 가장 먼길 (0) | 2009.11.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