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사월이 오면
뒷뜰 논에 물 가두고
여린 솔가지 햇잎 돋을 때
몇 줌 따다가 술 담가야지
두견이 설움 안은 참꽃 따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화전 부쳐야지
날 무딘 꽃삽으로
울 밑에 붉은 봉선화 심어야지.
보리 내음 바람에 물 들기 전에
혹여 찾아 올 오래인 벗들 위해
삼동 지나며 알맞게 익었을
지난 가을에 담근 국화주
체에 걸러 놓아야지
사월이 오면
지천에 피어난 꽃 마음에 담아
성긴 마음 더 메마르기 전에
고운 시화 한 편 마련해야지
피곤에 지친 몸 가만히 뉘일 때
가장 잘 보이는 곳에다 걸어 두고
다음 사월도 오늘 같기를 기도 해야지
눈가에 주름 생기고
귀밑머리 새하얀 세월이 앉아도
마음은 늘 사랑노래 부르는
초립동이 닮아야지
송홧가루 날리는 사월이 오면.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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