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그리움의 거리 by 류.. 2008. 5. 5. 내 메마른 정원에 비를 몰고 우연처럼 당신이 왔었네 그때 난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빗줄기에 내 정원이 맑게 씻기는 것만 바라보았네 당신이 다시 떠난 후였을까 어느 날인가부터 내 가슴 한켠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네 비가 그칠 무렵, 나무들이 푸른 눈을 뜰 무렵 나는 알았네 당신이 내 가슴에 녹슨 그네 하나를 걸어두고 갔다는 걸 나는 그네 타는 법을 알지 못하는 아이처럼 그네 줄을 움켜쥐고 바르르 떨면서 작은 흔들림에도 겁먹은 채 이렇게 매달려 있네 그네줄이 흔들리는 폭만큼, 그 속도와 깊이로 내 위태로운 시간도 깊어가네 당신에게 닿을 수 없는 이 그리움의 거리 나는 그네 위에서 발을 한번 굴러보네 웃는 것 같고 또한 우는 것 같은 이 生의 삐걱임 소리 당신이 내 가슴에 걸어두고 간 이 길고 긴 침묵의 소리 그네줄이 닿지 못하는 당신과 나 사이 꼭 그만큼의 거리에 오늘은 서늘한 조각달 하나 물음표처럼 걸려 있네 서쪽으로 서쪽으로 천천히 흐르더니 어느새 내 정원의 푸른 나무 한 그루 당신 쪽으로 옮겨놓고 있었네 내 가슴의 그네 하나, 위태롭게 매달려 녹슨 시간을 바라보고 있네 -조재영,'그리움의 거리'-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바람처럼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에서 (0) 2008.05.13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0) 2008.05.07 5월의 연가 (0) 2008.04.13 엽서,엽서 (0) 2008.04.10 다시 山에 와서 (0) 2008.04.07 관련글 거리에서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5월의 연가 엽서,엽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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