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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에서

by 류.. 2008. 3. 16.

 

 

오래도록 그리워 할 이별 있다면 모슬포 같은 서글픈 이름으로 간직하리 떠날 때 슬퍼지는 제주도의 작은 포구, 모슬포 모-스-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 자꾸만 몹쓸 여자란 말이 떠오르고, 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겠네 그러나, 다시 만나 사랑할 게 있다면 나는 여자를 만나는 대신 모슬포 풍경을 만나 오래도록 사랑하겠네 사랑의 끝이란 아득한 낭떠러지를 가져오고 저렇게 숭숭 뚫린 구멍이 가슴에 생긴다는 걸 여기 방목하는 조랑말처럼 고개 끄덕이며 살겠네 살면서, 떠나간 여잘 그리워 하는 건 마라도 같은 섬 하나 아프게 거느리게 된다는 걸 온몸 뒤집는 저 파도처럼 넓고 깊게 깨달으며 늙어가겠네. 창 밖의 비바람과 함께 할 사람 없어 더욱 서글퍼지는 이 모슬포의 작은 찻집, '경(景)'에서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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