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의 불빛들이 붐비는 도시의 거리를 빠져나와
어느 낯선 시골마을로 홀연 잠적하자
지나온 세월의 길목 어디 쯤엔가
소중한 무엇을 그냥 흘리고 왔나 보다
호주머니속이 쓸쓸해지는 이 세모의 시간에
마침내 나는 그것을 찾으러 가야겠다
그곳에 가서 어릴 적 동화처럼 피어있는 몇 송이 불빛들과
자그마한 교회에서 도란도란 흘러나오는 말소리와
마을을 넉넉하게 감싸고 있는 산자락의 고요를 만나자
눈발이 히끗거리는 밤을 허름한 민박집 할아범과
생고구마를 깎으며 나누는 따스한 이야기와
느닷없이 홀로 별처럼 아스라이 떨어져 있다는
소스라치는 외로움에 떨며 객수의 두꺼운 이불을 덮자
잠들면 오랜동안 묶여 있던 내 꿈의
자유로운 여행도 이젠 허락하자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다시 환하게 집으로 돌아오리라
아무래도 나는 과거의 무엇엔가 단단히 빚졌다
사는 동안 마음 깊은 곳을 끝내 떠나지 않을
이 아득한 그리움을 무엇이라 말하면 좋으리
김 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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