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돼.
그러다가 하늘 저편에서 푸른색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 게 아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 지 몰라.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 시간
하늘에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본 적 있니?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거기가 어디든 달리고 달려서 마구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거야..."
- 양귀자, '모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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