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이 가을 나는
류..
2012. 10. 4. 21:13
이 가을 나는
낙엽이 지기 전에 너를 사랑할 것이다
아직 따뜻한 햇볕이 남아 있고
마지막 잎새가 그 가지에서
최후의 곡예를 벌이고 있는 날
나는 나의 모든 것을 한 데 모아
너에게 뜨거운 입술을 바칠 것이다.
지나간 여름은 너무도 길고 지루했다.
먼 길을 돌아 방황하던 해변과 들
그 정처없는 집시의 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내 곁에 서다오,
오오래 오래 두 눈을 들여다보고
손을 잡고 밤새워 길고 긴 애기를 해다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마지막 잎새를 빼앗아가기 전에
나의 두 팔은 너를 안아 따뜻하고
겨울이 창밖에 와서 으르렁거리기 전에
나의 가슴은
훈훈한 단풍빛 불꽃으로 활활 타오를 것이다.
오, 사랑하는 사람아 , 바람이 분다
마지막 남은 낙엽들이 뚝뚝 떨어진다
동화의 계절이 잿빛을 무릅쓰고
밤새 별들의 이야기가 알알이 익고 있다
가까이 오라, 너의 손은 차고 너의 뺨은 얼었구나,
그렁한 눈 , 오오 또 너는 우는군 .
아직 이별도 아닌데 , 아직 밤도 많이 남았는데,
가을이 가기 전에 남은 꿈을 불사르고
낙엽이 지기 전에 아껴둔 고백을 끝내고
나는 너에게 마지막 사랑을 불태울 것이다
긴 겨울 이겨낼 뜨거운 가슴을 바칠 것이다.
문병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