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의 바다

류.. 2011. 6. 23. 16:51

 

 

             그 바다 알지

             수평선까지 다 보여주고 썰물 때 제 바닥까지
             드러내어 보여주던 그 바다 알지
             그 바닷가에는 불타는 조개구이란 집이 있고.
             우리는 바다를 훔치고 싶어 술잔에다 바다를 따라 마셨지
             남들은 소주라 하지만 분명히 바다를 따라 마신거야. 


             노을이 슬픔으로 밀려온다는 그 순간 속에다 우리를 세우고
             바다를 훔쳐 담았지 바다가 암실에서
             서서히 인화될 때까지 우리는 몰랐던 거야.
             우리의 뒤 배경이 되어준 폐선과 바닷가까지 흘러와
             남은 생을 태워 조개를 구워주는 어부를.
             그 어부의 어린 딸과 넓고 넓은 바닷가의 오막살이 집 한 채를.


             그 바다 알지

             물 냄새 맡은 낙타처럼 찾아간 그 바다 알지
             바닷가까지 따라온 그리움이나 우리 가슴 안의 새 떼를.
             오랜만에 바람 쐬라 불어줄 때 우리도 바다가 되어 출렁거렸음을.


             그 바다 알지 그 사진속의 바다
             완벽한 바다의 사진이 되어주기 위해 배경이 되어준 썰물의 풍경도. 
             내가 완벽한 구도의 사진 한 장을 꿈꿀 때 뒤 배경이
             되어주는 자의 아름다움도 알지.
             맨 뒷줄에서 뒤꿈치를 들고 고개 내미는 그 안간힘의 아름다움도 알지.


             그 바다 알지
             다시 가보고 싶은 그 바다 알지.
             오늘도 내가 좌초되어가는 사진속의 그 바다 알지.
             흉어기의 그 바다 알지.
             평생 정박의 닻 내리고 싶은 그 바다 알지.

       

       

       


             김왕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