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은비령

류.. 2011. 1. 10. 09:34

 

 

 

 

 

 

그날 밤, 은비령에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 5백만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 속의 작은 새 한마리가

북쪽으로 부리를 벼리러 스미스조드로 날아갈 때,

입을 맞추고 나가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별은 그렇게 어느 봄날 바람꽃처럼 내 곁으로 왔다가

이 세상에 없는 또 한 축을 따라 우주 속으로 고요히 흘러갔다

 

 

-이순원의 [은비령] 중에서

 

 

 

 

 

 

   Chopin , Nocturne op. 9 no. 1 in B flat minor (Daniel Barembo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