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아버지의 집으로 가고싶다
류..
2009. 3. 15. 21:37
벌써 오래 되었다.
부엌옆에 마구간 딸린 아버지의 집을 떠나
마당도 굴뚝도 없는 아파트에 와 살며
나는 그게 자랑인 줄 알았다.
이제는 그 부드러운 풀 이름도 이름도 거반 잊었지만
봄 둑길에 새 풀이 무성할 때면
우리 소가 생각난다.
어떤 날 저녁에는
꼴짐지고 돌아오는 아버지가 늦는다고
동네가 떠나갈 듯 우는 소울음 소리도 들었다.
이제는 그 소도 아버지도 다 졸업했다고
이 도시의 시민이 되어 산 지 오래인데도
우리 소가 잘 먹던 풀밭 만나면
한 짐 베어 지고
그만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