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시 느티나무
하늘이 눈부시게 푸르른 날
산허리 돌아가다 문득 눈 준 차창 밖에
화들짝, 놀란 청산이 붉디붉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가슴 속에 단풍든 적 있었을까
저리도록 아름다움 심어준 적 있었을까
지나온 나직한 삶들 돌아돌아 뵈는 날
명치 끝을 아려오는 저 고운 황홀처럼
누군가의 가슴 속을 물들일 수 있었다면
아, 정녕 나의 생도 푸르리
충남 계룡시 두마면 계룡CC 앞에 있는 3그루의 느티나무(수령 500년)
동학사로 넘어가다 보니까 단풍이 제법 근사하게 보였다
잠시 벤치에서 앉아 단풍 감상 그리고 커피 한잔...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生의 절정에 선다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단풍드는 날/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