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걷고 싶은 길

류.. 2008. 2. 22. 20:32


 

 

 

 

          일년 중 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혼자 단풍 드는 길    
          더디더디 들지만 찬비 떨어지면 붉은 빛 지워지는 길  
          아니 지워버리는 길 
          그런 길 하나 저녁나절 데리고 살고 싶다    

          늦가을 청평쯤에서 가평으로 차 몰고 가다 바람 세워 놓고   
          물어본 길     
          목적지 없이 들어가본 외길 
          땅에 흘러다니는 단풍잎들만 길 쓸고 있는 길
          일년 내내 숨어 있다가 한 열흘쯤 사람들한테 들키는 길 
          그런 길 하나 늙그막에 데리고 같이 살아주고 싶다 

           
          이 겨울 흰 붓을 쥐고 청평으로 가서 마을도 지우고 길들도 지우고  
          북한강의 나무들도 지우고
          김나는 연통 서너 개만 남겨놓고
          온종일
          마을과
          언 강과
          낙엽 쌓인 숲을 지운다.
          그러나 내가 지우지 못하는 길이 있다.
          약간은 구형인 승용차 바큇자국과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이 늙어버린
          남자와 여자가 걷다가 걷다가 더 가지 않고 온 길이다

             

             

             

              조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