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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121

꿈이라면 대구지하철 사고로 한사람이 떠났다 유가족으로 남은 젊은 女子.. 티브이로 그녀의 애절한 흐느낌을 보면서.. 한사람이 소멸하고 난 뒤의 슬픈 배경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낀다 왜 사는지 몰라.. 입버릇처럼 말한 것이 미안한 날.. 어떤 이를 중심으로 유지되온 하나의 가정과 그가 속해 있던 사회.. 얼마나 안온하고 평범하게 흘러왔던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한 사람이 떠남으로써 그가 놓고 간 세상은 질서를 잃고 수습할 수 없이 허물어져 술렁거린다 하필, 기나긴 겨울을 지나 봄을 눈앞에 두고.. 그는 갑자기 떠났을까.. 비록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더라도 헤어질 준비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살아 남은 자의 고통을 눈감은 자의 입장이 되어 .. 2004. 11. 1.
떠나는 가을 가을 거리를 걸었습니다 단풍도 이젠 고왔던 빛을 잃어가고.. 가을을 보내려는지 나뭇잎이 떨어져 흩날리는 거리. 플러터너스잎, 단풍잎, 그리고 은행잎들이 형형색색의 색종이처럼 분분히 떨어져 흩날리는 거리를 걸었지요 겨울이 오면 거리가 텅비면 어찌하나.. 그 썰렁함이 앞당겨 느껴져 왠지 으스스 한기가 엄습해왔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은 상대적인가 봅니다 나무가 무성하게 숲을 키우고 신록이 자라서 녹음이 될 때는 우리들의 몸에 걸친 옷의 부피는 참으로 얇아집니다 그런데 나무들이 하나둘 옷을 벗자 장농 깊숙히 넣어 보관해 두었던 옷들을 꺼내 입습니다 나목이 되어 미화원들이 낙엽을 다 쓸고 가면 우리들의 면스웨터는 두터운 외투로 변하겠지요 왠지 쓸쓸하다는 생각에 가로수 아래를 걸어갈 때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2004. 10. 30.
먼곳을 볼 나이 얼마 전부터 눈이 더 나빠졌음을 느낀다 나도 모르게 다가온 원시의 증세가 최근엔 꽤 심각하다 신문을 읽을 땐 인상을 찡그려야 하고 사전의 글씨,휴대폰의 문자 읽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어제는 하루 한알 복용할 알러지약을 소화제처럼 한꺼번에 두알 삼키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깨알같은 설명서를 읽을 능력이 없다면 약사에게 복용법 정도는 물었어야 하는 것인데... 내게는 그런 세밀함도 부족하다 그 정도로 생명에야 지장 없겠지만... 진통제를 소화제로 알고 먹기도 하고 약을 바꿔서 먹는 일이 자주 생긴다 이제는 어떤 용도의 사용 설명서를 읽는 일도 쉽지가 않다 사자처럼 황량하게 먼곳을 그리워하는 원시, 내가 바로 그 슬픈 야성을 닮아가는 것일까 그리운 사람들의 사진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이메일도 쓰지 않고.. 2004. 10. 26.
전화 오래, 소식이 끊겼던 후배에게서 느닷없이 전화가 왔다. 너무나 깜짝 놀라(몇년 전.. 그 친구가 노숙자로 떠돌다 사고사 했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이 떠올라) 목소리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와는 한 직장에서 근무했고,사는 동네까지도 같아서 같은 차를 타고 출근했고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심지어 퇴근 후에도 술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입사 몇년 후배였던 그는.. 결혼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자 마자 IMF부도를 맞고 그 여파로 아내와 이혼한 뒤 알콜 중독자로 폐인이 되고 말았다 노숙자처럼 떠돌다가 가끔 바람처럼 내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소식이 뚝 끊기고 말았다 그후 객사했다는 소문을 듣고 황당했지만.. 달리 확인할 방법이나 마음의 여유가 내겐 .. 2004.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