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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4

순천 조계산(선암사~장군봉~송광사) 선암사~대각암~장군봉~배바위~선암굴목재~보리밥집~송광굴목재~송광사 11.6 km, 4 시간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정호승의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 선암사 2021. 11. 27.
부산 금정산(호포역~금정산~범어사) 다시 찾은 부산 금정산 2018년엔 산성고개(남쪽)에서 출발 의상봉과 원효봉을 거쳐 고당봉에 올랐으나.. 오늘은 호포역(서쪽)에서 미륵봉을 지나 고당봉에 올랐다 하산은 범어사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산이었다면 매주 찾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좋은 산.. 그러나 대전에서 부산은 멀다 멀어도 너무 멀다 부산 사람들은 좋겠다 금정산 같은 좋은 산을 곁에 두고 살아서.. 내년엔 양산(북쪽)에서 장군봉을 경유해서 올라보고 싶다 가수 이동원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오늘 봤다 참 좋은 가수였는데.. 청도에서 살다 주거지를 남원 지리산자락으로 옮긴 개그맨 전유성씨가 임종을 지켰다는데 말기 식도암 환자를 곁에서 끝까지 지켜준 전유성씨는 참 의리있는 사람이다 2021. 11. 24.
해남 달마산 두 번째 해남 달마산행.. 땅끝에 가까운 아득히 먼 거리.. 왕복 8시간 버스를 타고 가서 고작 4 시간 걷다 오는.. 이런 산행은 정말 내키지 않았는데.. 오늘 갈 산이 마땅치 않아서 망설이다 산악회 버스를 타고 말았다 달마산.. 좋은 산이지만 오늘처럼 최악의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고 있는 날은 도무지 흥이 나질 않았다 쫓기듯 허겁지겁 걷고 내려왔는데.. 피곤하기만 했지 즐거움은 그다지 없었던 산행.. 2021. 11. 21.
논산 함박봉 황룡재~함박봉~깃대봉~국사봉~양촌 거사리, 6km(3시간20분) 황산벌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멋진 논산 함박봉 예전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었으나.. 현재는 폐쇄된 상태.. 오전에 짬을 내서 올랐다가 연산에서 버스를 타고 캠백홈했다 나무 위에 말벌집 달린 것도 두 개 보고.. 이 시기에 돌아다니는 뱀도 봤으니.. 심심치는 않았던 산행.. 하늘이 아주 깨끗했던 하루.. 2021. 11. 17.
경주 토함산 불국사와 석굴암이 이산에 존재한다는 점 외에 산 자체의 매력은 별로 없는 평범한 육산이지만 경주를 대표하는 산..토함산에 한번은 올라야겠다는 욕심과.. 오래 전에 한번 가봤던 불국사가 어떻게 변모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에 간건데.. 의외로 석굴암에서 불국사도 내려가는 길 양쪽의 단풍나무가 아주 좋았다 이곳의 단풍 색조는 지금 한창 빛을 발하고 있었고.. 불국사도 대웅전과 다보탑.석가탑 외엔 전혀 몰라볼 정도로 주변이 달라진 모습... 하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 년이 지나서 왔으니... 내 생전 언제 또 다시 불국사를 찾을까 싶어서.. 하나하나 꼼꼼히 눈에 넣고 내려왔다(석굴암 내부 구경은 시간상 생략) 출발지점(점마을)에서 토함산 정상까지 5km 토함산에서 석굴암까지 1.4km, 석굴.. 2021. 11. 16.
갑천길(도안대교~가수원교) 가을이 깊어지자 해는 남쪽 길로 돌아가고 북쪽 창문으로는 참나무 숲이 집과 가까워졌다 검은 새들이 집 근처에서 우는 풍경보다 약속으로 가득한 먼 후일이 오히려 불길하였다 날씨는 추워지지만 아직도 지겨운 꿈들을 매달고 있는 담장 밖의 오래된 감나무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이제 나는 숲이 보여주는 촘촘한 간격으로 걸어갈 뿐이다 여러 참나무들의 군락을 가로질러 갈 때 옛사람 생각이 났다 나무들은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자꾸 몸을 뒤지고는 하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길쭉하거나 둥근 낙엽들의 기억에 관한 것밖에는 없다 나는 내가 아는 풀꽃들을 떠올린다 천천히 외워보는 지난 여름의 그 이름들은 그러나 피어서 아름다운 순간들에만 해당한다 가끔 두고 온 집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한때의 정처들 어느덧 숲이 되어가는 폐가.. 2021. 11. 11.
수락계곡~군지골~마천대~케이블카~대둔산휴게소 비에 우박에 바람까지.. 이런 날 뭐 볼 게 있다고 산엘 갔는지 모르겠다 얼마 남지 않은 단풍 마저도 비바람에 다 떨어지고.. 평일 치곤 산객들이 제법 많았다 단체 산행 온 팀도 있었고..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서 낙조대는 생략하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내려갔는데.. 강풍 때문에 운행을 하지 않아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바람이 잦아질 때까지.. 케이블카 기다리며 오뎅국물에 소주 일병.. 내려와서 인삼튀김 안주로 소주 일병 더.. 대둔산휴게소에서 15:05 분 발 34번 버스를 타고 귀가. (갈 때 - 가수원도서관 앞에서 21번 버스 09:35 승차) 수락계곡~군지골~마천대~케이블카~기동~대둔산 휴게소, 7km(3시간20분) 2021. 11. 9.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파른 현실을 올라가면 그 곳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의 숨결과 그림자와 눈물을 사랑한다 눈 날리는 하늘가에서 아이들이 방방 뛰놀듯이 나는 그사람의 마당과 지붕과 하늘을 거닐고 있다 메마른 골목을 쭈욱 따라가면 그곳에서 따뜻한 밥을 지어먹고 사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의 반찬과 밥을 숟가락질 한다 어둠이 내려와 서성거리는 하늘밑 집, 그 집 방의 이불 속에 내 귀와 마음을 숨기고 그 사람에게 내 첫정을 아뢰고 싶다 눈 내린 가파른 현실을 올라가다 미끄러지고, 엎어져 첫눈을 원망도 했다 그러나 첫눈에 많은 설레임을 앓으며 가끔 냉대한 길가에 주저앉고 싶기도 하고 미끄럼 타고 세상 저 밑으로 가고 싶기도 했지만 하늘밑 그 집에서 잠 자는 그 사람이 그리웠다 나는 그 사람의 새하얀 눈물.. 2021. 11. 8.
귀로 돌아오는 길은 늘 혼자였다 가는 겨울해가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내 마음도 무너져왔고, 소주 한 병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버스를 타는 동안에 차창 밖엔 소리없이 눈이 내렸다 그대를 향한 마음을 잠시 접어 둔다는 것, 그것은 정말 소주병을 주머니에 넣듯 어딘가에 쉽게 넣어 둘 일은 못 되었지만 나는 멍하니 차창에 어지러이 부딪쳐오는 눈발들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2021.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