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015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비가 내리면 몰래 밖으로 나가 슬그머니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맨발에 운동화 차림이어도 당장 목적지가 없어도 좋습니다. 가다보면 저녁쯤엔 필시 어딘가에 닿겠지요 비가 내리는 날엔 바다든 산이든 어느 낯선 소읍이든 한가지 톤으로 제 무게를 빼고 떠 있습니다. 모든 풍경들이 감광지를 통해 내다보는 세상처럼 아득한 거리를 두고 자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런 날은 허름한 시골 식당에 앉아 김치전에 흰 막걸리를 마시고 싶습니다 혼자여도 그만입니다 유리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풍경처럼 나 또한 스스로 가라앉아가면 그뿐입니다 비 내리는 날. 떠날 수 없다면 누군가를 불러내 포장마차에 앉아 장어구이에 소주를 마시는 것도 그럴듯 합니다 포장마차는 누군가 둘이면 좋겠고 말 없는 친구이면 더욱 좋습니다 딱딱하고 좁다란 나무 .. 2021. 10. 31.
속리산 꼬불길 나는 둘레길 걷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아직은.. 힘들게 땀 흘리고 걷고난 후의 희열이랄까.. 그런 걸 느끼기에 둘레길은 2% 부족하기 때문에 나이를 더 먹어서 체력의 한계를 실감할 때가 오면.. 힘든 산행 보다 적당히 운동이 되는.. 둘레길 걷기 정도로 만족해야할 때가 올지도 모르지만.. 아니 곧 그렇게 될 것 같다 나날이 저질이 되어가는 나의 체력을 감안해 보면.. 속리산 꾸불길은 산 중턱을 깎아서 임도 형태로 조성한.. 대전 보문산의 순환숲길과 거의 흡사했다 보문산에서는 서대산이나 식장산이 보이는 데 반해.. 꼬부랑길에서는 속리산 주봉들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는 점과 꼬부랑길이 코스가 조금 짧다는 점외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청도지역에선 보지 못 했던 단풍이 며칠새 무척 화려해졌다 오늘 적당히.. 2021. 10. 29.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어느 꽃나무 아래 앉아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풀잎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꽃이 시들고 있다 이미 무슨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너는 있다 빈 하늘을 볼 때마다 너는 떠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훌쩍 서 있다 나는 저 마당보다도 가난하고 가난보다도 가난하다 나는 저 마당가의 울타리보다도 가난하고 울타리보다도 훌쩍 가난하다 - 가난은 참으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고 너는 훌쩍 없고 없고 그러나 내 곁에는 언제나 훌쩍 없는 사람이 팔짱을 끼고 있다 -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나는 하나뿐인 심장을 만진다 장석남 Frédéric Burgmueller-Nocturne-.. 2021. 10. 28.
청도 남산 청도반시는 한재 미나리와 함께 청도를 대표하는 특산물.. 올해는 해걸이를 하는 감이 많이 열리는 해라는데.. 감값이 폭락 수확기가 된 감을 따지 않고 방치하는 농가가 많다고.. 돈 안되는 감나무를 뽑아버리고 복숭아를 심는 농가도 있고..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린 감을 보면 기분이 좋아야 할텐데.. 시름부터 생긴다고.. (감농사 짓는다는 기사님의 말씀) 청도읍성을 들려보려고 남산산행은 밤티재에서 부터 시작했다 밤티재에 생긴 전원주택단지(한송마을)에서 삼면봉과 남산을 거쳐 청도읍성까지 거의 직선로.. 가볍게 산행 마치고 읍성 주차장 옆에 있는 한옥카페 '꽃자리'에서 대추차를 마시고 대전행 기차에 올라탔다 삼면봉에서 바라보는 영남알프스 고봉들이 근사했지만.. 어디가 어딘지 봐도 정확히는 모르겠다는.. 2021. 10. 26.
청도 화악산 전국 최대의 미나리 산지인 한재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청도의 화악산과 남산을 올랐다 1일 1개씩.. 대전에서 2 시간 이상 기차를 타고 내려가서 딸랑 산 하나 타고 돌아오는 게 아깝기도 했고 한재의 특산물인 미나리 삼겹살에 한 잔 마시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악'자 들어가는 산 치고 만만한 산이 없다는데.. 화악산은 나와 궁합이 맞는건지.. 크게 힘들진 않았다 해발 170m에서 화악산 정상(931m) 까지 초반 고도를 올리는 게 힘이 조금 들었으나.. 정상 이후로는 너무나 편안한 트레킹 로드.. 마지막 철마산은 식사시간 임박해서 생략하고 내려왔는데.. 산행거리나 높이가 딱 내 수준에 맞는 산이라는 생각 들었다 산행 기점인 근로자 복지연수원 근처에 있는 탐복식당을 들어갔는데.. 음식맛 훌륭하.. 2021. 10. 26.
영동 천태산 4년 7개월만에 다시 천태산 코스는 그때와 동일하게 A코스로 올라가서 D 코스로 하산.. 주차장이 전보다 더 넓고 말끔해졌고.. 못 보던 카페가 생겼고.. 등로도 훨씬 잘 다듬어져서 산행하기 한결 수월해졌다 하늘도 맑았고 기온도 많이 올라가서.. 낮부터는 평년 이맘때 날씨로 돌아간 느낌.. 영국사 은행나무가 이제 막 노란빛을 띠기 시작했으나.. 영동지역 단풍을 보려면 한 2주는 지나야 할 것 같다 옥천~누교리 - 21번 버스 09:00~09:35 누교리~옥천 - 21번 버스 16:00~16:35 2021. 10. 20.
김천 눌의산&가성산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날 (발령기준-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 보다 10도 이상 하강하여 저온현상으로 피해가 예상될 때) 추풍령 아침 최저기온 -3도.. 바람이 불어서 체감기온은 그것보다 더 춥게 느껴졌다 추풍령~눌의산~가성산 구간은 백두대간길.. 나는 대간길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 적당히 서너 시간 걷고 황간 덕승관에서 유니짜장 한 그릇 먹고 돌아오는게 목적.. 궁리 끝에 추풍령 금릉공원묘원에서 바로 장군봉 옆으로 치고 올라가서 가성산까지만 갔다가 눌의산 경유해서 추풍령면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추풍령면에서 가성산까지 단순 왕복하기엔 시간이 좀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 덕승관의 브레이크 타임은 15:00~17;00 인데 간신히 14:30에 도착해서 유니짜장 한 그릇에 소주 일병 한 후 제 시간.. 2021. 10. 17.
그 옛날의 사랑이여 지붕위에 널린 빨간 고추의 매운 뺨에 가을햇살 실고추처럼 간지럽고 애벌래로 길고 긴 세월을 땅속에 살다가 우화되어 하늘로 나는 쓰르라미의 짧은 생애를 끝내는 울음이 두레박에 넘치는 우물물만큼 맑을 때 그 옛날의 사랑이여 우리들이 소곤댔던 정다운 이야기는 추석송편이 솔잎 내음속에 익는 해거름 장지문에 창호지 새로 바르면서 따다가 붙인 코스모스 꽃잎처럼 그 때의 빛깔과 향기로 남아있는가 물동이 이고 눈썹 훔치면서 걸어오던 누나의 발자욱도 배추 흰나비 날아오르던 잘 자란 배추밭의 곧바른 밭이랑도 그 자리에 그냥 있는가 방물장수가 풀어놓던 오디빛 참빛도 어머니가 퍼주던 보리쌀 한 되 만큼 소복하게 다들 그 자리에 잘 있는가 툇마루에 엎드려 몽당연필에 침발라가며 쓴 단기 4287년 어느날의 일기도 마분지 공책에 .. 2021. 10. 16.
영천 기룡산&꼬깔산 산세와 조망 좋고 절(묘각사) 좋고 영천호와 인접한 주변 환경까지 깔끔한... 기룡산은 여러모로 좋은 산이었으나.. 컨디션 최악에 마음에 여유까지 없으니 산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 하고 내려왔다 이틀 연속으로 산행을 했더니 좀 피곤하기도 했고.. 어제 선야봉 산행을 한 터라 오늘은 쉬려고 했는데..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산악회 버스를 탄 것.. 기룡산 듣던대로 괜찮은 산었지만 오늘은 12Km라는 거리가 너무 길게 느껴졌다 요즘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히트.. 넷플릭스가 서비스중인 83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고 해서 봤는데.. 솔직히 이게 그 정도로 잘 만들었나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일단 드라마가 너무 잔인하고, 보고 있으면 일본의 데스게임이나 Battle Royale,카이지 같은 .. 2021.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