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입동 즈음에..

by 류.. 2025. 11. 7.

 

 

요즈음은 자주 쓸쓸한 느낌이 든다.

부모님은 나를 멀리 둔 채 떠나시고

동생들도 하나씩 다 세상을 등져

밤이면 긴 말 나눌 사람이 없어

혼자서 빈 밤을 둥둥 떠다닌다.

 

시끄러운 것이 귀찮고 멀미 나서

사람들 별 없는 곳에서만 뒹구니

신경 안 쓰고 눈치 안 보아 좋을 것 같지?

옆을 지나다니는 것은 바람과 비와 먼지

나무나 덩굴 열매는 혼자 열렸다 혼자 진다.

 

오래 같이 사는 나이든 아내도

이제는 잘 웃지도 않고, 가끔

나를 이웃처럼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도 아내를 덤덤한 미소로 스친다.

우리들 기념일이 입동 즈음인 것을

겨울이 한참 깊어서야 기억해낸다.

다음에는 잊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이 미안한 마음은 또 얼마나 갈지.

 

만나고 싶은 이들은 모두 너무 멀리서

오라는 손짓만으로 나를 흔드는데

그래도 봄이 와서 노란 산수유꽃 피면

나도 기지개 켜며 창창한 숲이 될까.

 

열기도 힘도 그새 다 사그라졌겠지만

아내가 놀라게 입맞춤해줄 수 있을까.

새 남자인 듯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마종기

 

 

4 Romantic Pieces, Allegro moderato - Dvorak(violin : 정경화,1998)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길은 아름답다  (0) 2026.04.12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0) 2026.04.03
가을밤  (0) 2025.10.06
들꽃에게..  (0) 2025.09.29
저물 무렵..  (4) 2025.08.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