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은 자주 쓸쓸한 느낌이 든다.
부모님은 나를 멀리 둔 채 떠나시고
동생들도 하나씩 다 세상을 등져
밤이면 긴 말 나눌 사람이 없어
혼자서 빈 밤을 둥둥 떠다닌다.
시끄러운 것이 귀찮고 멀미 나서
사람들 별 없는 곳에서만 뒹구니
신경 안 쓰고 눈치 안 보아 좋을 것 같지?
옆을 지나다니는 것은 바람과 비와 먼지
나무나 덩굴 열매는 혼자 열렸다 혼자 진다.
오래 같이 사는 나이든 아내도
이제는 잘 웃지도 않고, 가끔
나를 이웃처럼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도 아내를 덤덤한 미소로 스친다.
우리들 기념일이 입동 즈음인 것을
겨울이 한참 깊어서야 기억해낸다.
다음에는 잊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이 미안한 마음은 또 얼마나 갈지.
만나고 싶은 이들은 모두 너무 멀리서
오라는 손짓만으로 나를 흔드는데
그래도 봄이 와서 노란 산수유꽃 피면
나도 기지개 켜며 창창한 숲이 될까.
열기도 힘도 그새 다 사그라졌겠지만
아내가 놀라게 입맞춤해줄 수 있을까.
새 남자인 듯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마종기
4 Romantic Pieces, Allegro moderato - Dvorak(violin : 정경화,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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