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by 류.. 2018. 5. 6.

 

 



 

 

 

세월은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우리가 시간이라는 틀 속에 감금되어
세월 속을 가고 오고 할 뿐이라고 하는군.
그런데 우리는 그 안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도 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도 믿으면서 계속
바보스러운 말을 함부로 해온 것은 아닐지.
 
폭풍처럼 열정적인 사랑도 인간이라면
1년 반을 지속할 수가 없다고 하고,
강렬한 사랑 뒤에 오는 책임감조차
3년을 갈 수가 없다고 하네.
그 다음은 모두가 인내심일 뿐이라는군.
 
강렬한 사랑에서 오는 기쁨은
대뇌의  특정 부분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옥시토신과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어
혈류 내에 그 호르몬이 늘어난 결과이고,
그래서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피부나 몸의 장기에까지 좋다고 하네.
 
그런데 그 신비로운 감정이, 그 호르몬의 흐름이,
2년도 가지 않아 완전히 말라버린다니……
이런 연구 결과가 최근 수년간 발표된
여러 연구소의 일치된 소견이라니,
우리의 사랑은 그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그런 허약하고 덧없는 사랑을 위해
우리는 하나뿐인 목숨을 걸기도 하고
문학은 수천 년 같은 이야기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지.
 
미안해. 그 말밖에는 이제 할 말이 없네.
우리에게 남은 세월은 이제 정말
얼마 남지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저기서 내가 남긴 약속은 점점 색이 바래가고
거짓말이나 헛소리처럼 불쌍하게도
계속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네.
 
모쪼록 당신에게 남은 세월이 당신을 기쁘게 하기를.
당신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현명함과 너그러움이
당신의 남은 시간에 풍족한 빛이 되어
당신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고
지혜로운 용기로 감싸주기를.
 
비록 초라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과거가 비바람 속에 다 흩날려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당신에게 남겨놓고 싶어.
 
 
 
-마종기, 에세이집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중에서
 
 
 

Former French First Lady Carla Bruni


기꺼이 한쪽 무릎을 내주고도 근엄한 사르코지의 표정이 재미있다 


 ♬  Stand By Your Man /Carla Bruni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도사진  (0) 2020.06.18
상실수업  (0) 2018.06.18
길을 잃고 든 생각들  (0) 2017.11.02
夏美のホタル  (0) 2017.07.07
마테호른(Matterhorn)  (0) 2017.07.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