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을엽서
류..
2016. 10. 13. 15:45
그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나조차 다스릴 수 없는
불안한 예감 따위는
아무데고 버려 두었던 옛 이름들이
어김없이 단풍처럼 곱게 익어져
바스스 바스스
내 머리맡에 겹겹이 쌓여들면
행간조차 알아보기 힘든
늦은 밤의 생트집 같은 불면
어쩌면 내가 면목도 없이
당신을 처음 만난
우체국 앞 찻집으로 달려가면
여전히 그때처럼 후미진 자리에서
커피향처럼 살가운 미소로
나를 기다리는 건 아닌가 하는
아련한 생각이 든다
가을이면 어김없이 돋는 먼 곳의 사람아
허후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