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강화도여관
류..
2016. 8. 2. 17:26
나는 떠날 때부터 이 강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마지막 단추를 꿰며 닥쳐올 산책과 해안도로 너머의 일몰을 예감하듯
그 곳으로 떠나는 우리의 여행은 지나치게 즐거웠습니다
세상에는 오직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어느 생애와
눈을 떠도 감아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또 다른 생애만 있을 뿐이었구요
나는 그곳의 달빛 속에 당신을 몰래 버리고 왔습니다
나는 이 강의 어느 먼 기슭쯤에 살며 오늘도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바닷물이 밀려오거나 혹은 밀려나갈 때처럼 무수히 나를 용서하세요
내가 천천히 흘러 강 하구에 이르더라도
다시 그 섬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달빛에 떠도는 섬 하나는 되겠습니다
강화도 바닷가의 어느 바람 부는 여관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대를 생각하겠습니다
그곳에는 세상의 모든 이별들이 다 모여든다지요
그곳의 달빛은 너무 밝아 슬프다지요
심 재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