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삽교천에서..
류..
2014. 12. 25. 18:20
한 해가 저물던 그날
우리는 삽교천에 갔었네
소주를 마시고 아나고회를 먹으며
열두 달 내내 목젖을 간지르던
슬픔의 가시들
서로의 잔가시들이 안쓰러워
젖어버린 눈으로 우리는
삽교천 기슭을 안개처럼 떠돌았네
지친 사람 모두를
모두가 쓰러져도 뉘어줄 그대여
잊을 것은 잊으라 말하지만
그때 거기서 우리는 보았네
갈매기 한 마리가 못다한
사랑에 깃을 치며 날아오르던 것을
그때 그날의 삽교천은
진짜 바다보다 더욱 바다 같았네
안 보이는 세상살이의 암초들이
소금기 빠진 그대 살 속에서
어물쩍 녹아
녹아내려도 흐를 수 없을 때
건널 다리 하나씩 끌고서
한 사람 두 사람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부어오르거나 썩어가던 독기를 풀어
저 멀리 떠내려보내고 있었네
박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