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난간..

류.. 2013. 7. 19. 19:58

 

         

         
        삶은 언제나 능소화꽃 끝까지 따라와도
        결국 꽃 피지 못하는 눅눅한 난간이다
        난간에 서면 생이 아찔해지고 너는 보이지 않는다
        난간 모서리를 잡고 어디쯤 있을까 가늠하면
        도시의 끝 쪽이 보이고 도시로 찾아드는 황혼
        하루를 바다에서 탕진해 버리고
        서둘러 공원 숲으로 내려앉는 황금새떼
        벌써 안식을 짜며 자라 오르는 잠
        그리움은 더 먼 쪽을 보기 위해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고

        난간에 선 상심한 마음을 위로하려
        스스로 길을 닦고 북소리처럼 다가오는 불빛
        옛날 함께 밝히던 꽃등 같은 네 편지
        행간 속에 피어 함께 사위어 가던 촛불 같은

        무거운 영혼일수록 난간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는 것
        삐꺽이는 바닥이 두려운데 아차 기우뚱하며
        벼랑 아래로 추락해 가는 생
        추락하다 떠나온 난간을 바라보면
        언제 네가 왔다 울고 간 흔적인가
        환한 꽃 한 송이

        이제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아! 저 꽃 피는 난간 
         

         

         

         

        김왕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