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다

류.. 2012. 10. 7. 10:24

 

 


중년의 사내가
마음속 깊은 상처 하나를 안고
백사장에 앉아 가을의 바다를 본다
바다는 지난 여름의
격렬한 감정이나
불면과 고통으로 더이상
나를 압도하지 않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혹은 세월처럼
혁명도 이데올로기도
저만치 멀어져버린 것 같은
오늘의 견딜 수 없는 이 쓸쓸함
그러나 그 속에서 패배를 배우고
인생의 겸허를 느껴보자

나도 이제는
가을의 바다를 깨달을 수 있는 나이
물러날 때의 쓰린 비애를 제대로 배워보자

 
김용락
 
 
 
The Last Rose of Summer /Dame Joan Suther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