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언제 삶이 고통이 아닌 적 있었던가
류..
2011. 12. 22. 10:29
언제 삶이 고통이 아닌 적 있었던가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껴 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뿐이다
돌의 냉혹,바람의 칼날,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새의 질량 속에 발을 담그면
몸전체가 잠기는 이 숨막힘
설탕 한 숟가락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 앞에 무릎 꿇은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음 소릴 낸 적 있었던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드러낸 일 있었던가
목조 계단처럼 쿵쿵거리는,이미 내 친구가 된 고통들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시키지는 못한다
내려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이 끼니라고 말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힘으로 밥먹고
수심의 디딤돌을 딛고 생을 건너간다
아무도 보료위에 누워 위기를 말하지 말라
위기의 삶만이 꽃피는 삶이므로
스멀스멀 바닥을 간지럽히는 따쓰한 숨결
가르랑 가르랑 흐르는 여린 얼음장 밑의 물줄기.
한시적 유배의 시간을 견뎌낸 장한 모습.
고통을 품어야 순을 틔우고 꽃망울을 터뜨리리니...
숨죽이며 위기의 삶을 품고 있는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으면...
이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