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나도 그러했었다

류.. 2010. 1. 14. 19:50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 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 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나도 그러했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비린 것을 눌러 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 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 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 도종환 -

 

 

 

こころのうた - あさみちゆき(마음의 노래/아사미 치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