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름 하나라도

류.. 2009. 10. 7. 16:39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 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아니라고

 

고통도 쓰다듬으면 보석이 된다고

 

나는 얼마나 오래 악보 없는 노래로 불러왔던가
 

 

 


이 세상 가장 여린 것, 가장 작은 것

 

이름만 불러도 눈물겨운 것

 

그들이 내 친구라고

 

나는 얼마나 오래 여린 말로 노래했던가
 

 

 

내 걸어갈 동안은 세상은 나의 벗

 

내 수첩에 기록되어 있는 모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이름들

 

그들 위해 나는 오늘도 한 술 밥, 한 쌍 수저

 

식탁 위에 올린다
 
잊혀지면 안식이 되고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되는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를 위해

내 쌀 씻어 놀 같은 저녁밥 지으며

 
 
 
이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