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도 저녁이면

류.. 2009. 9. 12. 20:23

 

 

 


          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괄호 속의 숫자놀이처럼

          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 머물고

          하릴없이 도랑 막고 물장구 치던 아이들

          집 찾아 돌아가길 기다려 등불은 켜진다

           

          9월도 저녁이면 습자지에 물감 번지듯

          푸른 산그늘 골똘히 머금는 마을

          빈집의 돌담은 제풀에 귀가 빠지고

          지난 여름은 어떠했나 살갗의 얼룩 지우며

          저무는 일 하나로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밥상 물리고 이부자리를 편다

           

          9월도 저녁이면 삶이란 죽음이란

          애매한 그리움이란

          손바닥에 하나 더 새겨지는 손금 같은 것

          지난 여름은 어떠했나

          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

           

           

           

          강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