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나를 가을의 정원으로 부르는 나의 추억 오렌지색 차림으로 불타 오르고
신선한 공기와 하늘에서 날개짓하는 백학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을 거야
서로 이별하지 않고, 마치 공기와 물처럼 너는 나와 함께 살아 갈 거야
가을이 다시 찾아 왔을 때 그 차림은 이제 불타지 않는다네
고요한 정원으로 소리치고 싶다네 기억이 모든 소망과 모든 사랑을 돌려 줄 수 있도록
마치 따뜻한 불꽃이 과거 속의 나를 부르듯 너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구나
나는 널 잊지 못할 거란 것을 알고 있어 - Anna German, 가을의 노래 -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 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 가을의 노래/김대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