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병이 있었노라

류.. 2009. 7. 21. 08:13

 

 

 

 
강물은 깊을수록 고요하고
그리움은 깊을수록 말을 잃는 것
다만 눈으로 말하고
돌아서면 홀로 입술 부르트는
연모의 질긴 뿌리 쑥물처럼 쓰디 쓴 사랑의
지병을
아는가  
그대  머언 사람아 
 
 
 
나에게 병이 있었노라 /이수익
 
 
 
 
길이 끝나는 곳에 바다가 시작된다는
누군가의 말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곳에서는 아무 것도 끝나지 않고 시작되지 않는다
길은 더욱 낮아지고 바다는 그것을 조용히 품고있다
 
내 사랑도 더욱 낮아지고
그대의 눈물도 더욱 깊게 스며든다
세계의 끝에 이르렀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우리 서로 알지 못했던 아득한 과거로부터 미래까지
그데 몫의 슬픔은 이미 내 속에 고여 있다는 것을..
 
 
황경신 Paper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