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2009. 4. 10. 19:54

 

 

  다시 그리움은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진달래 꽃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 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고
  오월이면 머리에 꽂을 한 송이의
  창포꽃을 생각할 것이다
  강물 새에 섧게 드러난 징검다리를 밟고
  언젠가 돌아온다던 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보리꽃이 만발하고
  마실 가는 가시내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이 땅 위에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떠나가주렴 절망이여
  징검다리 선들선들 밟고 오는 봄바람 속에
  오늘은 잊혀진 봄 슬픔 되살아난다
  바지게 가득 떨어진 꽃잎 지고
  쉬엄쉬엄 돌무덤을 넘는 봄.

 


  곽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