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역

류.. 2008. 7. 3. 12:07

       

       

       

       

        강경은 내 生의 사립문이다
        기차를 타고 강경에 내리는 때는
        작두로도 못 자르는 그림자의 키가
        작아지는 정오, 나는 이 적요하고
        권태롭고 나른한 시간을 애인처럼 아낀다
        햇살은 분필가루, 분분히 떨어져
        더운 살갗에 달라붙는다  내 그리운
        정인들은 다 어디로 갔나 휴지
        나뒹구는 시외버스 정류장
        방학 맞은 교정처럼 쓸쓸하다
        멀리, 노새처럼 지친 금강의 꼬랑지가
        낮은 블록담 너머 늦은 점심을 먹는
        노인 부부가 보이고 산의 옆구리에 도니
        새로 생긴 교도소가 불쑥 얼굴을 내민다
        내게는 촌수가 먼, 개미를 만나도
        피해서 걷던 일가붙이 한 분이
        저곳에 있다  차창 밖엔
        또 쓰러진 전봇대, 팔닥팔닥 몸 뒤집으며
        파랗게 웃는 미루나무 잎새가
        흰종일 종알대며 걷는 도랑물
        포르릉 날아오르는 참새떼가 있고 그들의
        서식처인 대나무숲
        또또, 무엇보다 서럽고 가뿐
        추억이 있고...
        강경은 내 生의 울타리이다
        들어서면 다숩고 깊고 아늑한
        상한 짐승이 찾는 동굴이다


        이재무

          

     

       

       

       

        Hilary Stagg .Sweet return